

엉킨 실처럼 보이는 엉망친장의 이야기 <번 애프터 리딩>은 진지한 바보들의 행진이다. 아이를 이해하려면 아이의 시선을 가져야 하지만 영화 속으로 들어가기에 우리는 너무나 정상이고 영화 바깥의 잣대를 들이대기에 그들은 너무나 우스꽝스럽다. 오로지 코엔 형제만의 캐릭터라 부르고 싶은 그들의 향연에 거대 미국정보기관이나 미국 사회에 대한 비웃음을 담았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 영화에서 브래드 핏의 연기는 가장 인상적이었다.이런 바보는 처음 본다.)
코엔형제의 이야기 꿰기 재주는 장인의 바느질 솜씨처럼 정교하고 부드럽다. 잘 짜여진 천 위에서 출렁거리며 흔들림을 만끽하면 된다. 실과 실이 교묘하게 만나면서 야릇한 무늬를 만들어내는 지점은 모두 그들의 철저한 계산아래 이루어진다. 실이 꼬였다 풀어졌다 하면서 판을 늘리는 재미에 결국, 또 한번 코엔형제의 유쾌한 등살에 승복하고 만다.
그렇지만 이전의 코엔형제의 영화에 비하면 비틀어 지긴 했지만 비교적 선명하게 주제를 어필하는 매력이 좀 떨어진다고 할 수있다. 뭔가 열심히 보여주고는 있지만 시금털털한 끝맛에 도대체 뭘 먹었는지 모르겠을 그런 영화였다.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를 풀어가는 재주를 드러내려했는지, 미 정보기관이나 미국 사회에 대한 비웃음과 교훈을 담으려 했는지, 그들이 창조한 캐릭터를 만방에 선보이려 했는지, 이 모든 것을 욕심껏 담으려 했는지 말이다. 샐러드 뷔페를 흘러넘치게 담아놓고 드레싱이 섞여 맛이 이상해진 야채가 지금 내 무릎 위에 있다. 영화도 결국엔 한 접시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그들을 사랑하는, 사랑했던, 사랑할 씨네필이라면 어찌 거부할 수 있으랴. 점 하나만 찍어도 드러나는 그들의 재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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