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일반에 공개되면 스릴러/멜로/가족.유아/액션/드라마/코믹 등으로 장르가 나뉜다. 이 때 이미 영화 고르기의 수고로움 중 절반을 마친다. 보통은 스릴러나 드라마를 선호하는 편이며 공포를 매우 좋아한다. 제목과 감독을 본 다음 장르를 따지면 예상가능한 기대치가 나온다. 덩달아 복합적인 경험들을 뒤섞으면 실망하지 않을 영화를 고를 수 있다. 실패율은 영화경험이 쌓여 갈수록 낮아지고, 실망을 감수하고라도 볼 영화들은 따로 추리기도 한다.
장르라는건 어디까지나 영화의 겉모습에 불과하다. 그리고 짬뽕되는 게 보통이다. 헐리우드 액션 속엔 멜로나 드라마가 늘 존재하고, SF속에도 드라마나 가족이 겹치기도 한다. 스릴러 속에 공포가 있고 멜로 안에 스릴러가 있기도 하다. 결국 영화는 한 편의 작품일 뿐이지 장르를 따질 문제는 아니다.
<핸드폰>은 실망을 감수하고라도 보기로 했다. 평범한 소재과 주제가 오히려 궁금증을 일으켰고 요새 한국 스릴러는 너무 잘 나간다. 게다가 난 조용한 스릴러의 긴장감을 사랑한다. 그런데 어제 본 <핸드폰>은 예상을 빗나간다.
영화의 정 가운데서 심리 스릴러의 긴장감을 포기한 <핸드폰>은 급 낮은 액션 스릴러의 형태로 변신한다.(이런 말이 있다면^^) <핸드폰>의 서툴고 일그러진 장르 탐색은 결정적 몰입을 방해했다.
물론 감독의 의도였으리라고 생각한다. 범인답지 않은 정상적 인간의 뒷모습 정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영화의 악랄함을 상쇄하고 핸드폰에 집착하는 현대인을 같은 위치에 올려놓는 것으로 중심을 잡는다. 나쁘지 않은 의도였고 정말이지 평범한 범인을 다루고 싶었다고 강변할 수 있다. 하지만 분석하기 좋아하는 이 한명의 관객은 영화 초반의 긴장감과 감정이입으로 이미 스릴러의 공식을 대입했고, 긴장감이 꺾이자 스릴러 밖의 난무를 감상해야만 했다. 제목답게 목소리로만 등장하던 범인이 가지고 있던 집요하고 변태적인 행태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며 지루하게 스스로를 변명하는 모습을 말이다. 얼개는 허술하고 스릴러 속에 버무려진 코믹, 액션, 가족적인 요소는 전혀 독창적이지 못했다.
메세지 전달은 확실했다. 또 그런 메세지를 전달했던 영화가 없었던 것에 점수를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점점 매끈하고 세련되어지고 있는 우리나라 스릴러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것 같다. 이 영화는 도통 심리 스릴러의 기쁨을 주지 않았다.
추격자만 해도 서둘러 범인을 지목하지만 전혀 다른 긴장감의 형태로 변태한다. 장르가 제공하는 공식과 요근래 우리나라 스릴러의 선험적인 영역 때문에 <핸드폰>과 일대일 대응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어짜피 우리는 아무것도 잊어버리지 못한다.
다시 생각해보니 좀 아까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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