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읽었던 <아이들은 길 위에서 자란다>에서 상주-우리나라에서 자전거 도로가 가장 잘 되있다는 도시-를 지나던 저자가 귀띔한 말이다.
| |||||||||||
사람만 상을 받는 줄 알았더니 풀꽃상은 지금까지 동강의 비오리, 보길도 갯돌, 가을 억새, 인사동 골목길, 지렁이, 칡소, 간이역, 자전거 등등에 상을 주고 있었다. 이 상은 자연에 대한 존경심 회복과 인간에게 유용한가 아닌가와 관계없이 모든 존재들이 스스로 지니고 있는 가치를 옹호하자는데서 시작된다.
오로지 쓸모와 필요로만 움직였던 몸뚱이가 좀 둔해진 듯 하여 주말 자전거 나들이에 나섰다. 상을 받은 놈이라 하니 평소보다 뿌듯하다. 하루쯤 아이를 길위에 올려놓았다고 자랄리 만무하지만 엄마의 부푼 기대로, 출발이 산뜻하다.
금오산에 나란히 자전거를 세우고, 나무그네를 타고 통나무 징검다리를 건너보기도 했다. 상춘객들과 이상고온으로 산의 서늘함은 느낄 수 없었지만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고 나면 우리에겐 자전거가 가져다줄 바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작은 기대감이 우리의 무게를 밀어올렸다. 마지막 주차장에 우리도 자가용을 하나로 묶어놓고 가벼운 등반을 시작했다.
몇 년만에 찾은 금오산은 허망하게도 계단식으로 바뀌어 있었다. 난 한 걸음을 내딛자마자 투덜대기 시작했다. "세상 모든 산을계단으로 바꿔놓을 작정인가봐." 많은 산을 올라본 건 아니었지만 산의 초입들이 이런식으로 철재를 박은 나무계단으로 바뀌는 것에대해 대단한 반발심을 가져왔었다. 산은 나무와 '길'이 생명인데 길을 한낯 '통로'로 바꾸는 발상이 꺼림직했다. 발밑의 돌도 없이 허공을 내딪는 이 기분을 아이들이 '산'이라고 기억할까 두려웠다. 이건 산이라는 '건물'에 다름 없었다.
그래서 난 등반의 의욕을 상실하고 숲 속 김밥 도시락에 만족하기로 했다.
김밥과 낮잠, 숲의 나무들이 뜨거운 바람을 차게 걸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목적지 없는 등반은 달걀없는 물냉면 같았다. 영양 가득한 김밥과 참외로 배를 그득 채우고도 돗자리밖으로 삐져나온 발처럼 헛헛한 기분으로 산을 도로 내려왔다. 자건거와 약수가, 그리고 메타세콰이어 길이 우리를 기다리지 않았더라면 출발만큼 깔끔한 마무리는 아니었을 거다.
더하기 빼기. 괜찮은 하루 였지만 풀꽃세상 사이트에 한 가지 의견을 남겨볼 생각이다. 자연에 대한 정복심을 불태우는 물건들에 워스트 풀꽃상을 제정하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이를테면 산의 철재식 나무계단 같은.
'연필로 꾹꾹'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시집살이 (4) | 2009/05/03 |
|---|---|
| 칸트 (0) | 2009/04/27 |
| 자전거-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발명품 (0) | 2009/04/20 |
| 비빔밥 습관 (6) | 2009/04/18 |
| 올림푸스 뮤850 sw (4) | 2009/04/16 |
| <세계명화체험전> 들어보셨나요? (4) | 2009/04/1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