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롯불 앞에 복닥복닥 앉아 할아버지 옛이야기 듣는 풍경.
엄마인 제가 아이였을 때도 이야기 속에만 등장했었지요.
종이편지도, 이야기도 사라진 세상 속에 '책'이라고 어디 안녕하시겠습니까.
십여년 전 전자책 열풍이 불었을 때 책장 한 장을 넘길까말까한 미풍이더니, 올 해 부는 바람은 다른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엔 교육분야로 특화한 스마트 패드가 출시됐다는 기사가 떴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2013년엔 전자교과서를 병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요즘은 네살박이 아이에게 마지막 종이책을 쥐어준다는 생각, 가끔 합니다.
추억에 대한 애가는 아닙니다. 연필로 꾹꾹 눌러쓴 편지보다 이메일이, 이야기보다 책이 즐거웠던 시대를 저도 살아왔으니까요.
하지만 엄마 품에서 읽는 동화책 맛은 가장 포기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스마트 기기의 앱진출에 가장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분야도 바로 동화책입니다.
'아이에게 전자책이 좋을까요? 종이책이 좋을까요?'
곧 육아서에는 이런 항목이 들어갈지도 모릅니다. 그 직전까지 연필한다스는 이름값을 해야지요.
긴긴 겨울밤 아이와 함께 '놀아본' 종이책들을 소개합니다.
찰스 클라크 | 모린 클라크 (지은이) | 수 실즈(그림) | 아이즐북스
<후룩후룩 오물오물 속보이는 음식물 탐험> 전형적인 학습 놀이책. 팝업, 플랩은 물론이고 만지고, 당기고, 돌리면서 음식물이 소화되는 과정을 간접체험 할 수 있도록 구성. 자잘한 플랩 뒤에는 어김없이 영양 정보가 쓰여져 있고 설명하는 주제에 따라 조작법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샌드위치를 열면 겹겹이 들어 있는 재료들이 플랩 형식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빗자루를 든 아이를 움직여 섬유질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들이 약장처럼 생긴 서랍장 뒤에 하나하나 숨겨져 있기도 하다. 마지막 팝업 장에서는 카트에 먹을거리를 담은 아이가 튀어나온다.
'음식물이란?''음식물은 어디서 올까?'등의 다섯까지 주제로 구성해 소화 과정을 순서대로 배열하는 단조로움을 피했고, 쉽게 풀어 쓴 입말체가 읽어주기 좋다. 특히 표지의 국수는 부드러운 고무재질로 아이들이 좋아할 듯.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오니시 사토루 (지은이) | 뜨인돌어린이<똑똑한 그림책> 글씨없는 그림책. '똑똑해지는 그림책'. 위 표지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매 쪽 반복되면서 조금씩 변형되는데, 변화를 알아맞추는 게임 형식의 책이다. 단순한 색과 선으로 완성한 동물 캐릭터들을 첫 페이지에서 인지한 다음, '누가 숨었지?''누가 울어?''누가 화났지?' 같은 질문에 아이가 대답할 수 있다.
뒤로 갈수록 숨는 동물들의 숫자가 많아져 기억력을 되살리는 강도를 높여야 한다. 뿔이나 눈동자, 입모양만 남은 동물을 찾으려면 위치나 특징을 파악하는 훈련이 필요할 듯. 미묘하게 달라지는 동물들의 표정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유아 그림책.
로라 리융크비스트 (지은이) | 권희정 (옮긴이) | 아라미<선을 따라 그려요>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그림책. 연필을 잡고 그려볼 수 있는 워크북이 포함되어 있다. 케냐, 그린란드, 사하라사막, 스리랑카 등에 살고 있는 동물들을 검은색 선 하나로 연결한다.
동물들의 특징을 단순하면서도 섬세하게 드러내고, 도화지 재질에 색을 입힌 밑그림으로 각 지역의 분위기를 디자인 한다. 생각보다 복잡하게 구성된 선 때문에 너무 어린 아이들이라면 어렵게 느껴질 듯. 굳이 '연결하는' 용도만 아니라면 영아부터 보여줄 수 있다.
클로틸드 페랭 (지은이) | 톡<빨간 소포> 역시 글 없는 그림책. 빨간 상자를 받은 아이가 초현실적인 세상 속으로 떠나는 여정. 어떻게 읽어줘야할지 막막한 엄마 아빠를 위해, 팁을 담은 작은 책자와 빨간 상자를 만들 수 있는 도면이 포함되있다.
'이야기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아이들의 상상력을 더욱더 자극할 수 있습니다.''보이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읽으면 되지요.''글 없는 그림책의 작가는 바로 아이와 엄마 아빠랍니다'가 작가의 설명.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연상시키는 판형과 그림체에 옛 이야기의 다양한 모티브가 등장한다. 빨간 소포를 든 아이는 그림 속에서 여러가지 상황에 처하는데, 이야기를 꾸며낼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주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조형물들이 등장하는 것도 특이한 점. 책장을 열 때마다 새롭게 '보이는' 그림책.
'육아의 기술 > 연령별 아이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겨울밤에 '놀기 좋은' 그림책 (10) | 2010/12/29 |
|---|---|
| 내 멋대로 공주 학교에 가다-공주는 없다!(4세 이상) (4) | 2010/03/20 |
| 동시를 만지는 아이 (2) | 2010/03/17 |
| 학교가는 길을 개척할 거야-초등 저학년(사계절 웃는 코끼리 시리즈) (0) | 2010/03/10 |
| 음악 그림책 <나와 발레 학교><빨강머리 음악가 비발디>-초등 저학년 (0) | 2010/03/09 |
| 황금 사과-우화를 향한 기대(4세 이상) (0) | 2010/02/2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