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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한다, 청춘
잘한다, 청춘 2011/12/30

"나? 이제 많이 길들여였지." 대학에 갓 입학해서 만났던 친구를 서른 둘에 다시 만났을 때 제가 했던 말이었습니다. 무엇에 길들여 졌냐고요? 20대의 분노, 욕망, 신념과 맞서던 바깥 세상으로부터 길들여진겁니다. 어쩌면 그때..

서점 명가 로드뷰❹ 대구 물레책방

'간디의 물레'처럼 이야기가 줄줄 감겨 나올 것만 같은 대구 수성경찰서 옆으로 난 좁은 골목을 따라서 50미터쯤 올라갔을까. 작은 네모 간판이 보인다. 연둣빛 바탕에 쓰인 글씨 ‘물레책방’(이하 ‘물레’). 재밌는 이야기들이..

디지털 in, 디지털人-'나모이북에디터' 박광섭 대리

나모 인터랙티브(이하 ‘나모’)가 지난 달 ‘나모이북에디터’(Namo e-book Editor, 이하 ‘이북에디터’)를 내놓았다. 이북 에디터는 1인 전자 출판 시대를 맞아 기존의 출판용 데이터나 워드 프로세서로 작업한 파일..

서점 명가 로드뷰❸ 대전 계룡문고

이야기가 넘치고 빛그림이 흐르는 일흔 다섯 번째 ‘서점 나들이’를 가다 막 어린티를 벗은 여자 아이 셋이 ‘왜요 아저씨’를 향해 수줍은 듯 인사를 건넨다. 재잘재잘 말을 붙여오는 아이들에게 이 대표는 이내 반갑게 고개를 끄..

3월 eBook new Book
3월 eBook new Book 2011/03/09

<멀티북> 아기돼지 삼형제 이지넷 만듦 이지넷에서 개발한 Toddler eBook 시리즈로 전문 성우가 읽어주는 앱북이다. 동화를 읽어 주는 기능 뿐 아니라 부모님이나 아이가 직접 동화를 녹음 하여 들을 수 있으며, 동화 캐릭..

2월 eBook new Book
2월 eBook new Book 2011/03/09

<이북> 발리홀릭, 신들의 섬에서 노닐다 임진숙 지음 | eStory 펴냄 인도네시아에서 살았던 저자가 발리의 매력을 잊지 못해 다시 ‘신들의 섬’을 찾는다. 발리의 예술촌 우붓에서 민박하며 현지인들과 섞여 발리의 속살을 체험..

왜 전자책을 좋아하지 않을까?-Q&A로 푸는 ‘전자책’ ②

서울 서대문 사회과학서점 ‘레드북스’에서 진행한 《홍기빈, 자본주의를 말하다》 미니 강연회 참석자들의 물음표 선택 ⓠ 왜 전자책을 좋아하지 않을까? 알기 쉬운 ‘전자책 사용 설명서’를 종합하고자 마련한 ‘독자참여형 전자책 Q&..

지면으로 만나는 ‘전자책 세미나’②

한국전자출판협회 주최 ‘2011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 제안 설명회 출판사와 개발사를 이어주는 ‘애플리케이션’ 다리 한국전자출판협회(회장 최태경)가 중소출판사와 중소개발업체의 협업을 돕고자 제안 설명회를 마련했다. 지난 1월..

화롯불 앞에 복닥복닥 앉아 할아버지 옛이야기 듣는 풍경. 

엄마인 제가 아이였을 때도 이야기 속에만 등장했었지요.

종이편지도, 이야기도 사라진 세상 속에 '책'이라고 어디 안녕하시겠습니까. 

십여년 전 전자책 열풍이 불었을 때 책장 한 장을 넘길까말까한 미풍이더니, 올 해 부는 바람은 다른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엔 교육분야로 특화한 스마트 패드가 출시됐다는 기사가 떴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2013년엔 전자교과서를 병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요즘은 네살박이 아이에게 마지막 종이책을 쥐어준다는 생각, 가끔 합니다.

추억에 대한 애가는 아닙니다. 연필로 꾹꾹 눌러쓴 편지보다 이메일이, 이야기보다 책이 즐거웠던 시대를 저도 살아왔으니까요.

하지만 엄마 품에서 읽는 동화책 맛은 가장 포기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스마트 기기의 앱진출에 가장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분야도 바로 동화책입니다.

'아이에게 전자책이 좋을까요? 종이책이 좋을까요?'

곧 육아서에는 이런 항목이 들어갈지도 모릅니다. 그 직전까지 연필한다스는 이름값을 해야지요.

긴긴 겨울밤 아이와 함께 '놀아본' 종이책들을 소개합니다.  

  
 찰스 클라크 | 모린 클라크 (지은이) | 수 실즈(그림) | 아이즐북스

<후룩후룩 오물오물 속보이는 음식물 탐험> 전형적인 학습 놀이책. 팝업, 플랩은 물론이고 만지고, 당기고, 돌리면서 음식물이 소화되는 과정을 간접체험 할 수 있도록 구성. 자잘한 플랩 뒤에는 어김없이 영양 정보가 쓰여져 있고 설명하는 주제에 따라 조작법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샌드위치를 열면 겹겹이 들어 있는 재료들이 플랩 형식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빗자루를 든 아이를 움직여 섬유질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들이 약장처럼 생긴 서랍장 뒤에 하나하나 숨겨져 있기도 하다. 마지막 팝업 장에서는 카트에 먹을거리를 담은 아이가 튀어나온다. 

'음식물이란?''음식물은 어디서 올까?'등의 다섯까지 주제로 구성해 소화 과정을 순서대로 배열하는 단조로움을 피했고, 쉽게 풀어 쓴 입말체가 읽어주기 좋다. 특히 표지의 국수는 부드러운 고무재질로 아이들이 좋아할 듯.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오니시 사토루 (지은이) | 뜨인돌어린이
           

<똑똑한 그림책> 글씨없는 그림책. '똑똑해지는 그림책'. 위 표지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매 쪽 반복되면서 조금씩 변형되는데, 변화를 알아맞추는 게임 형식의 책이다. 단순한 색과 선으로 완성한 동물 캐릭터들을 첫 페이지에서 인지한 다음, '누가 숨었지?''누가 울어?''누가 화났지?' 같은 질문에 아이가 대답할 수 있다.

뒤로 갈수록 숨는 동물들의 숫자가 많아져 기억력을 되살리는 강도를 높여야 한다. 뿔이나 눈동자, 입모양만 남은 동물을 찾으려면 위치나 특징을 파악하는 훈련이 필요할 듯. 미묘하게 달라지는 동물들의 표정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유아 그림책.  
 

     


로라 리융크비스트 (지은이) | 권희정 (옮긴이) | 아라미

<선을 따라 그려요>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그림책. 연필을 잡고 그려볼 수 있는 워크북이 포함되어 있다. 케냐, 그린란드, 사하라사막, 스리랑카 등에 살고 있는 동물들을 검은색 선 하나로 연결한다. 

동물들의 특징을 단순하면서도 섬세하게 드러내고, 도화지 재질에 색을 입힌 밑그림으로 각 지역의 분위기를 디자인 한다. 생각보다 복잡하게 구성된 선 때문에 너무 어린 아이들이라면 어렵게 느껴질 듯. 굳이 '연결하는' 용도만 아니라면 영아부터 보여줄 수 있다. 



클로틸드 페랭 (지은이) | 톡

<빨간 소포> 역시 글 없는 그림책. 빨간 상자를 받은 아이가 초현실적인 세상 속으로 떠나는 여정. 어떻게 읽어줘야할지 막막한 엄마 아빠를 위해, 팁을 담은 작은 책자와 빨간 상자를 만들 수 있는 도면이 포함되있다.

'이야기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아이들의 상상력을 더욱더 자극할 수 있습니다.''보이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읽으면 되지요.''글 없는 그림책의 작가는 바로 아이와 엄마 아빠랍니다'가 작가의 설명.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연상시키는 판형과 그림체에 옛 이야기의 다양한 모티브가 등장한다. 빨간 소포를 든 아이는 그림 속에서 여러가지 상황에 처하는데, 이야기를 꾸며낼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주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조형물들이 등장하는 것도 특이한 점. 책장을 열 때마다 새롭게 '보이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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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필 한다스


육아서의 진지함은 텍스트가 아닌 독서자 때문이다. 타인의 역사에 이만큼 깊숙히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이 또 어디 있을까. 부모는 짜장면과 짬뽕의 기로에서보다 신중하고, 잘익은 여드름을 골라 거울 앞에 선 사춘기보다 진지하다. 하지만 <나는 갓난아기>, 긴장 풀고 웃었다.(갓난쟁이 시기를 지나서 그랬겠지?) 

장자크 루소는 <에밀>에서 '에밀'이란 아이를 키우며 자연주의 교육사상을 녹인 가상의 장場을 마련했다. 한 때 유행했던 '마이펫'을 연상시킨다. 일본에선 육아서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는 <나는 갓난아기> 역시 한 명의 아기를 키우는(혹은 자라는) 이야기 속에 육아공식을 풀어낸다. 재밌게도 픽션이 육아,교육서와 만난 것이다.  

<나는 갓난아기>는 '양육자'가 아닌 '피양육자', 즉 아기의 목소리다. 정녕 바라건데 말랑한 머리통이 끄집어내지는 그 순간 나의 아기에게서 이런 말을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은 누구이며, 여긴 어딘가요?" 

물론 요 영특한 아기는 그런것 쯤은 다 안다. 엄마젖을 과식했다는 것도 알고, 분유에 비타민제를 넣어줘도 귀신처럼 눈치채고, 아파트가 살기에는 별로라는 것도, 기저귀커버가 답답하다는 것도, 옆집 아줌마가 하는 말은 다 헛소리라는 것도, 활동량이 많아 몸무게가 500g정도 미달(망할놈의 평균치에서!) 된다는 것도, 여관이 지낼만한  숙소가 아니란 것도 안다. 게다가 엄마는 내 맘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도 체득했다.


..엄마가 타 주는 분유는 내겐 너무 진하다. 분유 회사는 분유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팔려고 하기 때문에 되도록 진하게 먹는 아이들의 입맛에 맞춰 분량을 제시한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각자의 취향이 있다. ... 분유를 조금 적게 넣고 그 대신 물을 좀 더 넣어줬으면 좋겠는데, 순진한 엄마는 분유 회사가 광고하는 숫자대로 정확히 타주려고 애를 쓴다. 싱거운 분유로는 영양부족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갓난아기>40쪽 에서

 
 

맞다. 아기들은 다 안다. 어른들이나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간혹 자신을 잃는 것이지 아기들은 누구보다도 자기에 대해 잘 아는 시원始原의 존재다. 우리는 그들이었지만 아쉽게도 그때의 언어를 잃어버렸다. 자고로 어른은 자주 울어도 안되며 호기심으로 말썽을 부려도 안되고, 불평을 해서도 안된다. 결국 우리는 아이를 떼어내야만 했다.
 
그래서 아이를 어른의 키로 어른스런 생각으로 잡아당기기 전에(이 힘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이' 그대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쭉 이어져 왔다. 아마 <나는 갓난아기>도 그 몫을 단단히 했을 것이다. 기어이 경쟁사회는 아이를 삶의 중심에 놓는 지경까지 다다랗지만, 그게 이 책이 홀대당해야 하는 이유는 결코 아니다.


...나는 위도 크지 않고 대식가도 아니어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거나 소화하지 못한다. 그러니 자주 젖이 먹고 싶어지는 게 당연한 것이다. 밤에 잠깐 깨었을 때 십분 정도만 젖을 먹여 줘도 나를 안고 한 시간 넘게 자장가를 불러 주는 것보다 숙면을 취하는 데 열 배는 더 효과적일 텐데, 어른들은 왜 그걸 모르는 걸까.-62쪽 에서



 

'나는 갓난아기야. 나를 알아줘, 내 얘기를 들어줘' 정도로, 부모중심육아와 아이중심육아에서, 과잉육아와 방치 사이에서, 육아의 환희와 고통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가는 솜씨가 굉장하다. '해야한다'는 묵언의 강요가 사라진 자리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신입 부모들을 모아 다독인다. 아무리 가짜라도 감정이입의 장치는 꽤나 쓸만해서 요 대리아기에게 깜빡깜빡 속아 넘어갈 지경이다.

이 아기는 <나는 갓난아기>에 출현하기 위해 각종 증상과 질병에 시달려야 했고, 심지어 개한테도 물려봐야 했다. 알만큼 아는 부모도 이리저리 휘둘려야 했고, 주변인물들은 엉터리이거나 달관자이거나 속물이어야 했다. 수집되고 과장된 현실들은 시트콤처럼 유쾌했고, 기어코 메시지를 전하는 힘도 잃지 않았다.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문학육아서' 한 권이 출생했던 것이다.
 
소아과 의사로서 메시지의 객관성을 검증받은 마쓰다 미치오의 몇몇 생각들은 양육법의 조언을 넘어, 부모의 양육 본능을 끄집어낸다. 아이와의 소통에서 가장 난항을 겪을 두 돌 전까진 이성(코칭)보다는 본능이 앞서야 하는 법이다. 
  

나는 갓난아기/미쓰다 미치오/뜨인돌/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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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필 한다스

좀 뻔뻔해졌습니다. 버스에 자리가 나면 소림고수 실력으로 가방을 던지거나 풍만해진 엉덩이로 어디든 비집고 들어가는 필사기같은 거냐구요? 아뇨, 그런 점에선 더 얌전을 떱니다. 아이가 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확실히 뻔뻔해졌습니다. 세상과 직통하는 무전기를 가진 기분입니다. 20대는 늘 교신불가였죠. 잡음과 혼선으로 가득한 주파수는 단 한번도 명령어를 전달하지 않았고 저는 세상으로 단 한 발자국도 출동하지 못했습니다. 네, 저는 이제 우기고 있습니다. 세상의 기록을 빠짐없이 누적하는 기밀문서를 가지고 있다구요. 그게 바로 아이라구요.
 
숙녀들이 새침하고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아줌마가 왜 뻔뻔해지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되물을 겁니다. "넌 이런 교전기 없지?"      

읽고 쓰느라 통 엄마임을 망각한 아줌마가 하는 말치곤 더 빤지르르 하군요. 이 불량엄마도 다짐한게 있습니다. 아이가 잘 때, 하루 한 번 동영상을 볼 때만 읽고 또 쓰겠노라고. 그렇다고 육아에 대단히 몰두하는 것도 아닙니다. 더 많은 사람들 손에서, 조금 부족한 듯 하게, 실패에 단련되도록 키우자는 나름대로의 '방침'은 실은 변명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불량 엄마> 같은 책은 면죄부를 줍니다. 지난 <엄마생활백서> 이후로 나쁜 엄마 성공기 증거 2호 쯤 되겠군요.

<불량 엄마>/머피 미드페로/민음인/2010.6 

제 생각과 육아 실천법들이 베낀 듯 나열되서 질투가 나기도 했습니다만, 이 정도 명랑한 필력은 필시 제가 따라잡을 수 있는게 아니라 남몰래 안심입니다. 

책은 아이에게 게상자든 3개월 쓸 요란한 요람이든 아무상관 없었다고 진지하게? 성찰하며 시작됩니다. 동의합니다. 목욕통은 김장용 고무바구니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둥지 틀기 본능'이라고 하는 출산전 아이방 꾸미기에서 제가 구비한 품목은 체온계, 천기저귀, 베넷 저고리, 가제수건이 전부였습니다. <불량 엄마>는 이런 방식으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법'을 아이에게도 가르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아이러니 하지만 한계와 결핍이 주는 상상력과 창조력을 믿는 편입니다. 믿겨지지 않을만큼 사생활을 잠식해 가는 육아 속에서도, 이른바 시간 없이도 시간 쓰는 법을 익혔습니다. (책은 사과 없이도 사과 파이 굽는 법을 말합니다) 

이제 게으른 엄마가 되라는 조언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우리 아이들이 '유리한 고지'에 서지 못한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최첨단 장난감의 경우, 아이가 배우는 것은 장난감을 작동하는 법이다./'너희들은 그냥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존재'라고 끊임없이 말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자신감을 얻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단기간에 세상이 위험하다는 것을 배운다면 장기간에 걸쳐 더 안전할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마음의 상처가 흉터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살아가는 힘이 되어 줄 수도 있다는 것도 안다/어린 나이에 글을 깨우친다든가, 수학 공식을 푼다든가, 여러 다른 종류의 공룡을 구분해 낸다든가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내 인생의 우선 순위를 정할 때 우리 아이들의 행복이 우선하지만 내 자신의 행복 또한 그렇다 


작고 가벼운 책이지만 부모의 본능 깊숙히 침투할 수 있는 책입니다. 부족하게 키우겠다고 다짐한 저도, 장난감과 전집 구비를 포기하고 나서 드는 일말의 불안감을 완벽히 없앨 수는 없었습니다. 좋은 시기에 든든한 응원군을 만납니다. 아이들에게 거의 신성시 되는 자존감 부분에서도 '특별함'을 부각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할 지 나르시시즘을 다룬 인문서로 절절히 느낀 바 있었습니다. 언어 교육, 영재 교육, 칭찬 교육에 대한 육아서들의 기이한 몰두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눈길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이제껏 '하라'는 책을 실컷 만났다면 '하지말라'는 책 한권 만나는 것도 육아의 시소게임을 즐겁게 해줄 겁니다. 


☆연필 한다스의 육아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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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은 일 년에 두어개면 충분하다는 생각은 사실, 이 엄마를 더 압박합니다. 아이와 함께 한 장난감 만들기 놀이 몇 가지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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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필 한다스
긍정적인 발달단계로서의 떼쓰기

떼쟁이 단계, 더 적절하게 표현하면 의지 발견과 자아 발견의 단계는 원래 긍정적인 발달단계다. 왜냐하면 화를 내고, 실망하며, 자신을 방어하는 능력은 아이가 자신을 인격체로 느끼는 것을 배운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주기 때문이다. ...두 살부터 유아는 좌절에 대한 저항력도 점점 쌓여나간다. 아이는 이제 꽤 오랫동안 심리적인 긴장을 견뎌낼 줄 안다. ...두 살부터 아이의 의사표현은 점점 더 목표와 사람에 방향을 맞춘다. 또, 아이는 자기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언어와 능동적인 공격력을 더 자주 사용하게 된다. -<떼쓰는 아이 심리백과>에서
 
달래고, 윽박지르고, 조곤조곤 설명도 해보고, 그래도 '떼쓰기' 는 낳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엄마들끼리 하는 말이 있죠. '요즘 한참 떼 쓸 때야.' 두 돌 무렵부터 이 놈이 찾아왔죠. 그러고보니 <떼쓰는 아이 심리백과>가 쪽집기 과외 같군요. 

이제 엄마경력 29개월. 이제 생각해보면 '아이를 어떻게 요리할까' '어떻게 제압할까' 같은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네요. 그토록 수많은 육아서로 '부모 교육' 받기를 겸허히 자청했건만 제가 맞닥뜨린건 제 멋대로 하려는, 한계를 모르는, 울음을 무기로 엄마를 괴롭히는 막무가내 아이였습니다. (이제와 생각하니 아이로서는 정당하고 사춘기만큼이나 당연한 터널이었지만요)

몇 년 전이 아닌, 바로 지난 달 일이었죠. '내가 뭘 얼마나 잘못했지?'라는 자괴감에 빠질만큼 괴로웠습니다. 이론적으로 '유아에게 이성에 호소하는 것'이 별 의미 없다 하더라도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죠. 잠자는 시간을 빼곤 한 시도 떨어져 지낼 수 없었던 환경이 주는 스트레스도 컸겠지만(둘 다에게), 때맞춰 읽은 <떼쓰는 아이 심리백과>는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주었습니다. 

떼쓰기가 '엄마'라는 특정 대상에게 퍼붓는 공격성처럼 보이지만 실은 '아이의 자율신경 체계에 의해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못박습니다. 자율신경 체계까지 이해해야할 필요는 없겠지만, 중요한 건 떼쓰기 행동을 아이의 인격으로부터 떼어놓고 보고, 가능한 한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 정도 선행만 있으면 떼쓰기 막기에 주력하면서 용쓸 필요 없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런 경지까지는 거의 불가능하고 옳지도 않겠지만) 작은 분노의 불꽃이 점점 거세지다가 사그러드는 일련의 과정을 모니터할 수 있습니다. 진즉에 알았다면 '엄마가 뭘 잘못 했다고 이래?' '서영이 때문에 힘들어' 라는 말은 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죠. 

이 책으로 '떼쓰기에 대처하는 엄마의 자세'같은 이론과 적용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실은 '위로' 받았다는 편이 더 어울립니다. 일상적인 사례들을 통해 내게만 닥치는 시련이 아니란 걸 알고 안심하게 되는거죠. 게다가 전에 없던 아이의 공격성이 '좌절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좀 더 아이 입장에 서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아이는 사회적인 한계를 실험하고 있으며, 바로 지금이 적절한 통제를 경험하고 정당한 요구에 대해 이해받을 수 있음을 배울 수 있는 시기라는 전화위복의 발상이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부모를 위한 떼쓰기 극복방법 12가지-책에서

떼쓰기 발작에는 벌을 주지 않는다. 
떼쓰기를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에 말을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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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손찌검을 하지 않는다
떼쓰기를 관심의 중심에 놓지 말자
떼쓰기 발작을 중단시키지 말자
일관성을 유지하자
지지대를 마련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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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다 떼쓰는 양상이 다르다는 것을 알자
주위의 도움을 받자
자기가 떼쟁이였을 때를 기억하자
유머로 상황을 바꿔보자 


<떼쓰는 아이 심리백과>/도리스 호이엑-마우스/청어람 미디어/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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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필 한다스
지난 2월25일, 금붕어 어항에 놓아 준 다슬기 세마리 이야기를 올렸습니다. 두 달 반 정도의 시간이 흘렀네요. 그 다슬기 잘 살고 있습니다. 달빛과 얼음물잔으로 안빈낙도 하던 이들이 어찌 속세의 찌든 어항물을 견디려나 싶었지만 먹이 한 번 안 먹고 생명력을 과시합니다. 다슬기가 뭘 먹는지 검색창에 두들겨볼 생각조차 안했더랬죠. 

길어야 한 두달을 버티던 금붕어도, 3일이면 뿌얘지던 어항물도 더불어 튼튼해졌습니다. 분명히 금붕어의 똥을 잡숫고 계신 겁니다. 이런 공생의 조합은 교과서에서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호들갑스럽게 놀라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포장용기(그새 어항이 깨졌어요)를 불쑥 들여다 볼 때마다 자식 잘키운 엄마처럼 뿌듯합니다. 돌 밑에 숨어 있기도 하고 벽을 타고 촉수를 물밖으로 내밀고 있기도 합니다. 볼 때마다 세 분의 경도와 위도는 바뀌어 있습니다. 붕어군도 심심하지 않겠지요.



아이들이 버리고 간 꽃그림, 풀잎 콜라쥬
꽃비가 내렸네요.


어제는 올챙이를 잡아왔어요. <자연환경연수원>이란 거창한 이름하에 야생초 모종들을 비롯해 팬지, 튤립 등을 열심히들 심고 계시더군요. 소풍나온 인근 초등학교 아이들 때문에 늘 적막하던 연수원에 활기가 돌았습니다. 비닐하우스로 만든 '곤충박물관'은 겨우내 곤충의 사체뿐이더니 이제는 부수기 시작합니다. 꽁꽁 얼었던 늪에는 올망졸망 새카만 올챙이들이 꼬리를 연신 흔들어 대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귀엽던지요. 잡아 올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수중 다리 끝에 이르러 고민도 없이 늪지대로 향하는 좁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갔습니다. 뭐, 올챙이가 바본가, 사람은 위험하니 물가에 가지말라고 개구리 엄마가 신신당부를 했겠지요.

하지만 용케도 용감하게 세상구경을 하러 나온 딱, 한 놈이 있었고 저는 서영이를 다그쳐 생수통을 열게하고 물을 비우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어릴 적 송사리를 잡을 때처럼 양 손을 오무려 올챙이가 찾아오길 기다렸죠. 순식간이었습니다. 모녀는 손발도 척척 맞게 아이가 얼른 내민 물통 주둥이로 올챙이를 집어넣었습니다.
 
신이나서 금오산 내리막길을 자전거로 질주했어요. 그런데 집에 오니 걱정입니다. 하라는대로 다 했지만 올챙이 놈이 아무것도 먹질 안는군요. 삶은 양배추, 금붕어밥, 미나리, 뭘 줘도 입에 대질 않습니다. 닥치는 대로 줘봐야겠죠. 아무거나 잘 먹는 다니. 또 하나, 담아온 물에 거머리가 딸려왔는데 얘는 어째야 한답니까. 올챙이를 쭉쭉 빨아먹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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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필 한다스
아이에게 아빠가 얼마나 필요한지 절실히 느끼는 요즘입니다. 한옥을 지어보겠다고(장인정신? 생계 수단!) 강원도로 들어간 지 언 5개월. 드문드문 그것도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지는 아빠에 대한 기대감이 혹여나 상처가 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 아빠 부재 히스테리로 모녀의 기싸움이 날로 처연해질 즘 한번씩 등장해 심판처럼 링을 평정하고 가는 남편이, 요즘 진짜 대견합니다. 무촌이라는 부부의 간격은 일촌을 공유하며 벌어지는 기이한 연대. 아흔 아홉가지의 마찰과 '떨어져 있지 말자'는 한 가지의 합일에도 불구하고, 그 한가지를 어겼을 때 우리 가족은 사랑과 전쟁 사이의 아름다운 중도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다시 만날 때마다 사흘 밤낮을 축제로 보내는 서영이를 찍고 또 찍었습니다. 꼭 붙잡아놓겠다는 의지로, 아빠가 여기 있다는 주석을 본문보다 과도하게 달기 위하여!

 집 앞 말아국밥집 스피커 앞에서 춤 시동을 겁니다.
오분 쯤 걸어, 새단장한 금오산 저수지 언덕에 오르기 시작.
목마를 타고 머리를 손질하시는 장 원장님.

대게는 이름뿐인 생태공원 조성이 혼자 보기 아까운 물을 살렸습니다.   

손이 닿을만큼 물과 가까운 수중다리가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냅니다.     
아줌마는 언제 좀 찍혀보나~
숲길과 나란히 걷다 숲길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서영이가 꿈에도 그리던 오리배를 탔습니다.

유선을 즐겼던 건 그대 뿐, 아빠 엄마는 페달노동에 명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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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필 한다스

독서교육의 필요성을 전하면서도 자유로운 책읽기를 주장하는 다니엘 페낙은 <소설처럼>에서 아이러니한 '독서권리'열 가지를 제시합니다. 

책을 읽지 않을 권리/ 건너뛰며 읽을 권리/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책을 다시 읽을 권리/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보바리즘을 누릴 권리/ 아무 데서나 읽을 권리/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소리내서 읽을 권리/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소설을 그냥 소설처럼 읽어라'는 당연한 주문 속에는 그저 재미있게 책을 읽었다는 것 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욕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유행처럼 번지는 '독후활동' 역시 은근한 강제성으로 아이의 독서권리를 침해한다면, 슬슬 피해다니다 개학이 임박해서야 해치우는 독후감 숙제로 전락할지 모릅니다. '독후활동'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책과 가깝게 하려는 의도를 들키지않으려면 아얘 무엇도 의도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주인공 이름이나 책이 전하는 핵심을 알게 할 필요도 없습니다. 책을 읽은 직 후에 시작되는 확인성 질문이나 독서의 연장선상에서 독후활동을 시도하는 것은 독서의 여운을 잘라먹는 꼴입니다. 질문을 한다면 정답이 없는 것,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것으로 하세요.

거꾸로 놀이 속에서 책을 불러오세요. 독후활동, 책에서 가장 멀리 떨어지세요. 생활 속에서 책이 주었던 의미를 되새기는 생각작업과 유사 합니다. 책읽기과 무관한 시간에 아이가 좋아했던 책의 내용을 시나브로 불러옵니다. 놀이나 일상의 환기제로 '독후활동'을 시작하세요.
  


머리에 떨어진 똥을 이고 다니는 두더지가 능청스런 웃음을 선사하는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는 반죽 놀이를 할 때 불러왔습니다. 조물락거리기만 해도 재밌지만 정성껏 만들고 뭉개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아빠 얼굴에 가느다란 머리카락도 붙이고 사탕, 아이스크림, 막대기에 끼운 어묵같은 쉽게 허용되지 않는 음식들도 함께 만듭니다. 그리고 아이가 쓱쓱 밀어놓은 반죽을 머리위에 올려주면서 "이건 똥이네. 서영이 머리 위에 누가 똥을 쌌을까" 물었습니다. 재밌는 걸 찾았다는 듯이 다양한 모양의 똥을 만들기 시작한 건 제가 아니라 아이였습니다. 



<손가락 아저씨>는 지문을 이용한 아저씨 그림이 엄마의 상상력을 자극했어요. 굴러다니는 인주로 아이와 손도장 찍기 놀이를 하다 찍어놓은 지문을 중심으로 아무 그림이든 그려봤습니다. 어떤 대답이든 어울리도록 엉망으로 그려서 아이와의 대화 시간을 늘려봅니다.

종이인형을 만드는 안데르센

동화의 신화가 된 안데르센은 종이로 인형을 만들어 친구들 앞에서 공연할만큼 종이 공작에 특별한 열정을 가지고 몰두했습니다. 과연 동화의 대가다운 면모이긴 하지만 <어린이의 영원한 친구 안데르센>으로 그의 외로움과 방황을 들여다 본 다음부터는 복제된 유희가 그의 마음을 대변하는 상징물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도 곧장 아이에게 안데르센의 영혼을 선물합니다.

(앞 뒤로 접어서 끊어지지만 않게 모양을 내주면 되요)



<똥나무>나<초록 자전거>같은 환경책도 좋지만 재활용 재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해보세요. 책보다 깊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피자판과 두루마리 휴지 속대로 만든 슬리퍼예요. 과정이 아주 재밌어요. 피자판 위에 올라선 아이의 발을 따라 그려요. 선을 따라 조금 크게 자르고 동그란 속대 두 개는 벌어지게 잘라놓으면 되요. 아이가 가위질을 시작했다면 삐뚤더라도 혼자 하게 해보세요. 결과물 보다 '함께' 하는게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테이프로 안팍을 붙여주기만 하면 완성입니다.



<뜩딱뜩딱 창의력 공작교실>의 신문지와 마분지로 만든 신발이 힌트를 주었습니다. 

라면박스로 만든 집과 포장용 테이프를 뭉친 공이예요. 일상의 모든 것이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먼저 느껴보세요.

  

쌀이며 모래, 진흙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감입니다. 무형의 재료가 주는 해방감과 자극은 용도가 정해진 장난감을 지루하게 만듭니다. 완성품 말고 재료를 던져 주세요. 아이 스스로 즐겁게 읽었던 책의 소재들을 만들어 갑니다.  


인터파크 도서 북앤 웹진 기자단으로 작성된 기사 입니다. ☞ 올려진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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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필 한다스
골목만 빠져나가면 지천이 꽃이예요. 자랑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오전 나절부터 나와서 해거름이 지고 목련꽃에 우수가 깃들 때까지 쏘다녔어요. 어렸을 땐 이 벚꽃 길이 학교가는 길이었는데 지구를 한바퀴 돌아 제 아이와 함께 다시 이 길을 걷습니다. 꽃이 먼저 지칠 때까지 꽃구경 할겁니다. 상춘객들에겐 꽃이 지면 그만이지만 이 길에 버찌가 새카맣게 떨어지는 건 별로들 관심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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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필 한다스
도서관과 공동체. 도서관과 마을. 거미줄 치는 이야기.
 
<우리동네 어린이 도서관 101% 활용법>/miclub기획/김명하/봄날/2010.3

그저 도서관이 좋은 이유를 다방면으로 수집해서 들려주는 '도서관예찬론' 쯤 되겠구나 했지요. 하지만 읽어 갈수록 알 수 없는 전율이 있었습니다. 절 흔들리게 한 말은 다름 아닌 '공동체 육아' 였어요.

일고 여덟씩 낳아 논일 밭일 살림 뒷수발까지 다하면서 고추모종처럼 아이들을 키워내던 어른 들이 보기에 요즘 육아 환경은, 그야말로 축복일 겁니다. 임산부 요가, 국가의 무료 철분제, 산후 조리원, 불꺼질 일 없는 자동 난방, 인터넷 육아 정보, 전문가의 견해(육아서), 영재교육, 문화센터, 놀이기관. 적절하게 프로그래밍된 육아는 투덜대기 부끄러울만큼 윤택합니다.

하지만 베이비 블루나(산후 우울증) 주부 우울증은 통과의례가 되었고, 너도 나도 모여서 애 보는 게 얼마나 힘들고 고독한지를 쏟아내기 일쑵니다. '애만 보면 되는데 뭐가 힘들어' 삼신할미가 엄마의 투정을 힐난합니다. 하지만 이젠 '애만 보니까' 힘들다고 대꾸합니다.

엄마의 고립감은 상상 이상입니다. 사랑하지만 말은 안통하는, 교감하라지만 고통은 내색할 수 없는 이 외계의 생명체를 적어도 어린이집에 보내긴 전까지 책임전담해야 하는 엄마들은, 아이의 독립을 꿈꾸면서도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야릇한 상황입니다. 어엿한 사회인의 자리에서 물러나 '집구석'에 머물면서 이유식이며 병치레를 인터넷 창에 검색하며 정보들을 조합하고 육아박사가 되는게 현대의 현모인가요.  

여러 해 '마을'개념을 되살리기 위한 책들이 몇 권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원순 님의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 윤구병 님의 <꿈이 있는 공동체 학교> 조한혜정님의 <다시, 마을이다>. 모두 '함께'사는 삶을 응원하는 한 목소리 입니다.
 
노인은 어린아이와 함께 있을 때 행복하고, 청소년 역시 든든한 후원자들과 잘 늙어 가는 어른들이 곁에 있을 때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다시, 마을이다>에서 

“나는 사람이 제 앞가림도 못하고, 이웃과 어울리지도 못하면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는 없다고 봐요. 결국 공동체가 복원되지 않으면 인류의 존속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체를 복원하고 그 안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길러낼 때라야만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구병
은둔병, 우울증, 개인주의, 성공가열을 넘어서기 위한 대안으로 마을, 즉 공동체를 꼽는 것입니다. 마을을 묶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도서관을 네트워킹한 또 하나의 책. 바로 <우리동네 어린이 도서관101% 활용법>입니다. 표제는 무척 실용적, 교육적인 냄새를 풍기지만 실로 이런 '마을 철학'을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도 걸어서 십분이면 당도할 도립 도서관이 있고 '가족 열람실'의 혜택이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이 소개한 '어린이 도서관'은 정말 꿈 같은 장소였습니다. 간식 먹으며 책읽고, 뒹굴고 언니 오빠들이 책을 읽어주고, 함께 동네 골목길을 순례하고, 마음 맞춰 캠핑도 가고, 부모들끼리 독서회도 만들고, 마을 꾸리기를 위한 아이들의 아이디어가 시에 채택되고.. 마을 속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는 문턱 낮아진 도서관 사례들이 어쩐지 비현실적입니다.

사진출처(대전의 모퉁이 어린이 도서관)

현실의 소통이라면 문화센터나 또래 아이를 두고 있는 아파트의 이웃 정도일 뿐인데에 반하면 대단한 반향입니다. 화가 나더군요. '왜 나와 아이는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거야. 그림의 떡이군.' 낙담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길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토록 많은 인터뷰와 인용구들이 뜻하는 바를 짚어보니 그곳에 '공동체 문화'를 향한 열렬한 바램이 있었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공간의 은밀한 육아가 아닌 온 마을이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데, 가족이나 개인에게만 떠맡겨진 짐을 덜겠다는데 거부할 만한 이유가 없었습니다.
 
비록 지금 당장 뭔가를 해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부록으로 전국 어린이 도서관 목차를 제공합니다)육아의 큰 방향을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를 보여줍니다. 누가 뭐래도 내 아이, 엄마 혼자 어떻게든 해보자는 생각으로 각종 육아서들을 파고들어봤자, 길이 열리는게 아니라 세상을 향한 문이 닫힐 지도 모른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두돌 즈음 아빠를 떼어버린(멀리 한옥 공부하러 갔어요) 아이의 히스테리가 날로 심각해질 즈음 저는 그토록 혐오하는 문화센터를 기웃거렸습니다. 노는 것도, 엄마와의 스킨쉽도, 흙놀이도 저런 데나 가야 '누구랑'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절망했죠. 좀처럼 오지 않는 봄을 원망하며 썰렁한 동네를 쏘다니면 마음엔 한기가 들었습니다. 그래도 고립된 아이와 저를 위해 문화센터라도 가보자고 마음먹었지만 다음 신청일은 한 참 후더군요. 다행히 시간은 악투하며 흘러갔고 봄 밖으로 흘러나온 사람 구경으로 요샌 바빠졌습니다. 하지만 다시 겨울이 오면 저는 세 돌을 맞는 아이를 두고 어린이 집에 보낼지 말지를 심각하게 고민할 터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엄마 혼자도 잘 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는 조금 벗어났다는 겁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데 2년이 걸렸습니다. '우리 동네 어린이 도서관 만들기' 까지는 무리이겠지만, 우리 골목의 할머니 할아버지, 아주머니 댁의 초인종을 아이와 함께 더 자주 눌러야겠다는 생각이 우선 찾아옵니다. 교육적 목적으로 도서관을 향하는 발걸음 만큼이나 자주 말이죠


--남은 이야기

이주에 읽은 도서관 관련도서의 머리말에도 비슷한 취지의 말이 나옵니다.

다른 곳에서는 학생들끼리, 할아버지 할머니끼리, 대학생 언니 오빠들끼리 어울리지만, 도서관에서는 이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함께 지내잖아요. ..누군가는 도서관이 대안교육이 될 수 있다고 하더군요. 학원에 가는 대신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요. -<노는 도서관 배우는 도서관>에서

도서관에 가는 엄마와 아이가 겪을 만한 일들을 이야기로 풀었어요. 검색방법, 책의 역사, 어린이 도서관, 다양한 문화컨텐츠, 책을 소재로한 유명인의 에피소드, 등 도서관을 '즐겁게 놀 수 있는 곳'으로 재발견하려는 어린이 책 입니다. 아무래도 다음 주 4월12일 부터 일주일간 진행되는 '도서관 주간' 때문인 것 같아요. 도서관 앞마당에서 김밥이라도 먹어볼까요?

/서해경.이소영/현암사/2010.3


4월 4주 알라딘 TTB리뷰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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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필 한다스
배빗콜/살림어린이/2010.3


보기 드문 풍자 그림책입니다. 온순하고, 운명에 수동적이며, 우아하고, 천진하고, 외모가 빼어난 일률적인 공주 캐릭터를 비꼽니다. 바로 공주수업을 통해서요.
 

머리 손질과 화장하기, 우아한 몸가짐과 패션감각 익히기, 금발을 물레에 넣고 돌려서 길게 길게 땋아 늘이기, 왕자님이 머리를 붙들고 올라오게 하기, 높이 날아올라 요술 방망이 흔들기.

흙탕물을 튀기며 용을 타고 날아온 내 멋대로 공주에겐 참 따분하겠죠? <내 멋대로 공주 학교에 가다>는 오히려 전형적인 영웅담입니다.
 
공주의 기질들을 뒤집은 공주의 영웅담. 신데렐라나 백설공주가 보여주지 못하는 현실의 롤모델을 제시합니다. 
누군가 구해주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쉽게 슬픔에 빠져 나약해지는 법도 없습니다. 악당(이 책에선 공주학교 선생님)의 공격에도 거침없이 마주합니다. 이런 공주라면 왕국을 직접 다스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규칙을 깬다!'로 마무리되는 내멋대로 공주의 수업은 공주님 이야기의 규칙을 깨라고 종용합니다.





명작 동화를 통해 공주에 중독된?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지점입니다. 환상속에서만 머물게 하기에 아이들이 처할 세상은 절대 무르지 않습니다. 왕자님이 나타나길 기다려서도 안되고, 슬픔에 빠져 잠들 수도 없습니다. 착하게만 살아서는 수많은 기회를 놓칠런지도 모릅니다. 세상이 아무리 착한 공주님을 원하더라도 스스로 인생의 주인이 되게 하는 전복이야말로 현대 여성이 지향해야 할 덕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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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필 한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