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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한다, 청춘
잘한다, 청춘 2011/12/30

"나? 이제 많이 길들여였지." 대학에 갓 입학해서 만났던 친구를 서른 둘에 다시 만났을 때 제가 했던 말이었습니다. 무엇에 길들여 졌냐고요? 20대의 분노, 욕망, 신념과 맞서던 바깥 세상으로부터 길들여진겁니다. 어쩌면 그때..

서점 명가 로드뷰❹ 대구 물레책방

'간디의 물레'처럼 이야기가 줄줄 감겨 나올 것만 같은 대구 수성경찰서 옆으로 난 좁은 골목을 따라서 50미터쯤 올라갔을까. 작은 네모 간판이 보인다. 연둣빛 바탕에 쓰인 글씨 ‘물레책방’(이하 ‘물레’). 재밌는 이야기들이..

디지털 in, 디지털人-'나모이북에디터' 박광섭 대리

나모 인터랙티브(이하 ‘나모’)가 지난 달 ‘나모이북에디터’(Namo e-book Editor, 이하 ‘이북에디터’)를 내놓았다. 이북 에디터는 1인 전자 출판 시대를 맞아 기존의 출판용 데이터나 워드 프로세서로 작업한 파일..

서점 명가 로드뷰❸ 대전 계룡문고

이야기가 넘치고 빛그림이 흐르는 일흔 다섯 번째 ‘서점 나들이’를 가다 막 어린티를 벗은 여자 아이 셋이 ‘왜요 아저씨’를 향해 수줍은 듯 인사를 건넨다. 재잘재잘 말을 붙여오는 아이들에게 이 대표는 이내 반갑게 고개를 끄..

3월 eBook new Book
3월 eBook new Book 2011/03/09

<멀티북> 아기돼지 삼형제 이지넷 만듦 이지넷에서 개발한 Toddler eBook 시리즈로 전문 성우가 읽어주는 앱북이다. 동화를 읽어 주는 기능 뿐 아니라 부모님이나 아이가 직접 동화를 녹음 하여 들을 수 있으며, 동화 캐릭..

2월 eBook new Book
2월 eBook new Book 2011/03/09

<이북> 발리홀릭, 신들의 섬에서 노닐다 임진숙 지음 | eStory 펴냄 인도네시아에서 살았던 저자가 발리의 매력을 잊지 못해 다시 ‘신들의 섬’을 찾는다. 발리의 예술촌 우붓에서 민박하며 현지인들과 섞여 발리의 속살을 체험..

왜 전자책을 좋아하지 않을까?-Q&A로 푸는 ‘전자책’ ②

서울 서대문 사회과학서점 ‘레드북스’에서 진행한 《홍기빈, 자본주의를 말하다》 미니 강연회 참석자들의 물음표 선택 ⓠ 왜 전자책을 좋아하지 않을까? 알기 쉬운 ‘전자책 사용 설명서’를 종합하고자 마련한 ‘독자참여형 전자책 Q&..

지면으로 만나는 ‘전자책 세미나’②

한국전자출판협회 주최 ‘2011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 제안 설명회 출판사와 개발사를 이어주는 ‘애플리케이션’ 다리 한국전자출판협회(회장 최태경)가 중소출판사와 중소개발업체의 협업을 돕고자 제안 설명회를 마련했다. 지난 1월..

화롯불 앞에 복닥복닥 앉아 할아버지 옛이야기 듣는 풍경. 

엄마인 제가 아이였을 때도 이야기 속에만 등장했었지요.

종이편지도, 이야기도 사라진 세상 속에 '책'이라고 어디 안녕하시겠습니까. 

십여년 전 전자책 열풍이 불었을 때 책장 한 장을 넘길까말까한 미풍이더니, 올 해 부는 바람은 다른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엔 교육분야로 특화한 스마트 패드가 출시됐다는 기사가 떴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2013년엔 전자교과서를 병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요즘은 네살박이 아이에게 마지막 종이책을 쥐어준다는 생각, 가끔 합니다.

추억에 대한 애가는 아닙니다. 연필로 꾹꾹 눌러쓴 편지보다 이메일이, 이야기보다 책이 즐거웠던 시대를 저도 살아왔으니까요.

하지만 엄마 품에서 읽는 동화책 맛은 가장 포기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스마트 기기의 앱진출에 가장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분야도 바로 동화책입니다.

'아이에게 전자책이 좋을까요? 종이책이 좋을까요?'

곧 육아서에는 이런 항목이 들어갈지도 모릅니다. 그 직전까지 연필한다스는 이름값을 해야지요.

긴긴 겨울밤 아이와 함께 '놀아본' 종이책들을 소개합니다.  

  
 찰스 클라크 | 모린 클라크 (지은이) | 수 실즈(그림) | 아이즐북스

<후룩후룩 오물오물 속보이는 음식물 탐험> 전형적인 학습 놀이책. 팝업, 플랩은 물론이고 만지고, 당기고, 돌리면서 음식물이 소화되는 과정을 간접체험 할 수 있도록 구성. 자잘한 플랩 뒤에는 어김없이 영양 정보가 쓰여져 있고 설명하는 주제에 따라 조작법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샌드위치를 열면 겹겹이 들어 있는 재료들이 플랩 형식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빗자루를 든 아이를 움직여 섬유질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들이 약장처럼 생긴 서랍장 뒤에 하나하나 숨겨져 있기도 하다. 마지막 팝업 장에서는 카트에 먹을거리를 담은 아이가 튀어나온다. 

'음식물이란?''음식물은 어디서 올까?'등의 다섯까지 주제로 구성해 소화 과정을 순서대로 배열하는 단조로움을 피했고, 쉽게 풀어 쓴 입말체가 읽어주기 좋다. 특히 표지의 국수는 부드러운 고무재질로 아이들이 좋아할 듯.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오니시 사토루 (지은이) | 뜨인돌어린이
           

<똑똑한 그림책> 글씨없는 그림책. '똑똑해지는 그림책'. 위 표지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매 쪽 반복되면서 조금씩 변형되는데, 변화를 알아맞추는 게임 형식의 책이다. 단순한 색과 선으로 완성한 동물 캐릭터들을 첫 페이지에서 인지한 다음, '누가 숨었지?''누가 울어?''누가 화났지?' 같은 질문에 아이가 대답할 수 있다.

뒤로 갈수록 숨는 동물들의 숫자가 많아져 기억력을 되살리는 강도를 높여야 한다. 뿔이나 눈동자, 입모양만 남은 동물을 찾으려면 위치나 특징을 파악하는 훈련이 필요할 듯. 미묘하게 달라지는 동물들의 표정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유아 그림책.  
 

     


로라 리융크비스트 (지은이) | 권희정 (옮긴이) | 아라미

<선을 따라 그려요>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그림책. 연필을 잡고 그려볼 수 있는 워크북이 포함되어 있다. 케냐, 그린란드, 사하라사막, 스리랑카 등에 살고 있는 동물들을 검은색 선 하나로 연결한다. 

동물들의 특징을 단순하면서도 섬세하게 드러내고, 도화지 재질에 색을 입힌 밑그림으로 각 지역의 분위기를 디자인 한다. 생각보다 복잡하게 구성된 선 때문에 너무 어린 아이들이라면 어렵게 느껴질 듯. 굳이 '연결하는' 용도만 아니라면 영아부터 보여줄 수 있다. 



클로틸드 페랭 (지은이) | 톡

<빨간 소포> 역시 글 없는 그림책. 빨간 상자를 받은 아이가 초현실적인 세상 속으로 떠나는 여정. 어떻게 읽어줘야할지 막막한 엄마 아빠를 위해, 팁을 담은 작은 책자와 빨간 상자를 만들 수 있는 도면이 포함되있다.

'이야기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아이들의 상상력을 더욱더 자극할 수 있습니다.''보이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읽으면 되지요.''글 없는 그림책의 작가는 바로 아이와 엄마 아빠랍니다'가 작가의 설명.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연상시키는 판형과 그림체에 옛 이야기의 다양한 모티브가 등장한다. 빨간 소포를 든 아이는 그림 속에서 여러가지 상황에 처하는데, 이야기를 꾸며낼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주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조형물들이 등장하는 것도 특이한 점. 책장을 열 때마다 새롭게 '보이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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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필 한다스
배빗콜/살림어린이/2010.3


보기 드문 풍자 그림책입니다. 온순하고, 운명에 수동적이며, 우아하고, 천진하고, 외모가 빼어난 일률적인 공주 캐릭터를 비꼽니다. 바로 공주수업을 통해서요.
 

머리 손질과 화장하기, 우아한 몸가짐과 패션감각 익히기, 금발을 물레에 넣고 돌려서 길게 길게 땋아 늘이기, 왕자님이 머리를 붙들고 올라오게 하기, 높이 날아올라 요술 방망이 흔들기.

흙탕물을 튀기며 용을 타고 날아온 내 멋대로 공주에겐 참 따분하겠죠? <내 멋대로 공주 학교에 가다>는 오히려 전형적인 영웅담입니다.
 
공주의 기질들을 뒤집은 공주의 영웅담. 신데렐라나 백설공주가 보여주지 못하는 현실의 롤모델을 제시합니다. 
누군가 구해주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쉽게 슬픔에 빠져 나약해지는 법도 없습니다. 악당(이 책에선 공주학교 선생님)의 공격에도 거침없이 마주합니다. 이런 공주라면 왕국을 직접 다스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규칙을 깬다!'로 마무리되는 내멋대로 공주의 수업은 공주님 이야기의 규칙을 깨라고 종용합니다.





명작 동화를 통해 공주에 중독된?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지점입니다. 환상속에서만 머물게 하기에 아이들이 처할 세상은 절대 무르지 않습니다. 왕자님이 나타나길 기다려서도 안되고, 슬픔에 빠져 잠들 수도 없습니다. 착하게만 살아서는 수많은 기회를 놓칠런지도 모릅니다. 세상이 아무리 착한 공주님을 원하더라도 스스로 인생의 주인이 되게 하는 전복이야말로 현대 여성이 지향해야 할 덕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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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필 한다스
시로 인생을 배웠다고 감히 자부하는 저는 아이에게도 시집을 건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기도 했지만 이야기책보다 지루하지는 않을까 늘 염려가 되기도 했습니다. '책을 지겨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는 사실 어른들의 두려움만 담겨있지만, 제가 읽기에도 즐거울 동시였으면 하고 바랬습니다. 말소리보다 리듬과 반복을 먼저 익히는 아이들의 특성에 따르자면 시만큼 좋은 언어의 기폭제도 없겠습니다. 

첫 돌 이후 첫 번째 동시집은 동시의 고전이 많은 책을 골랐습니다. 유아가 읽기에 적당할 창작 동시집을 그 때까진 발견하지 못했거든요. 판본도 크고 당연히 그림도 동반된, 익숙하고 발랄한 언어로 가득한 책은 생각보다 쉽게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생각까지 예뻐지는 동시>가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저희 어렸을 때 들었던 말노래의 원본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는 거예요.

원숭이 똥구멍~으로 시작하는 '말엮기 노래'나 꼭꼭 숨어라~로 시작하는 전래동요, 또 우리가 익히 동요로 불렀던 동시의 진본이 여기저기 숨어 있습니다. '파란 마음 하얀 마음''나무야 나무야' '구슬비''도토리' 등 노래로 불러주기에 딱 좋을 악보가 되어주니 그것 역시 반가웠습니다. 또 동시의 힘을 여실히 증명한 윤석중, 정지용, 강소천, 이상교, 이문구 님의 시들로 가득했습니다. 윤동주
의 동시가 빠진게 아쉽다면 아쉬웠지요.
 




이 동시집은 아이와 노는 방에 그저 한 쪽을 펼쳐놓고 관심을 기울이면 노래를 불러주거나 읽어주거나 했습니다. 하지만 곧 이야기 책들에 뭍혀 한 동안 책장에 꽂혀있는 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사실, 이번 이상교 님의 창작 동시집에 비한다면 그림이나 시적 모티브가 좀 오래된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위의 책이 좋은 동시들을 엮기는 했지만 통째로 한 권의 동시집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던데 반해 이 번 책은 한 달음에 한 권을 볼 정도로 아이의 눈이 반짝거렸습니다. 끊어짐 없이 이어지는 소재나 주제의 흐름, 신기한 반입체 그림들, 통통거리는 언어, 이 모든 것이 그런 힘을 발휘합니다.

 



<소리가 들리는 동시집>의 그림들은 하나같이 기발하면서도 일상의 친숙함을 상징적으로 전달합니다. 그림 속에 자리한 시의 구성도 참 아름답습니다. 의성어 의태어도 즐겁지만 보기에 즐거운 책입니다. 고전 동시처럼 짜임새가 완벽하고 긴 호흡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소재에 대한 발상을 간략히 드러내는게 강점입니다. 

예를 들어 <불> 이라는 시는 '장작에/활활/불이 붙었다./넘실넘실/춤추는 것 같다.' 라고 썼습니다. <김밥>이라는 시에는 '하얀 밥/분홍 소시지/노란 단무지/초록 시금치/노르스름 계란말이/까만 김 한 장이/도르르르 안아 주었어요'라고 쓰여져 있구요. <소> 라는 시에는 "밥 벅었니?"/물어봐도 눈만 끔적끔적/"송아지가 보고 싶니?"/물어봐도/입만 우물우물. 이라고 읽기에도 듣기에도 즐거운 말놀이 들이 이어집니다.(아이는 소가된 양  대답을 합니다) 

시들은 주제별로 나뉘어져서 물 흐르듯 시들이 흘러 갑니다. 아침, 학교, 거리풍경, 혼자 집보기 등으로 대여섯개의 시들이 둥그마니 모여 있으니 이야기 책으로서의 기능도 충분히 달성합니다. 소단락이 끝날 때마다 등장하는 의성어 의태어 잎을 단 나무 그림은 책이 끝날 즈음 초록 잎으로 가득 합니다.

아이는 이게 버튼이라면서 삑삑 누르는 시늉을 합니다. 그러면 엄마는 부저 소리를 내주고 나뭇잎 안에 자리한 우리말을 읽어주었습니다. 제법 두꺼운 책을 한 달음에 읽은 건 '어떤 그림이 나올까, 어떤 내 이야기가 나올까' 하는 아이의 호기심을 이 동시집이 충분히 채워주었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그림을 만져보는 아이의 손이 그것을 말해줍니다. 

       


<생각까지 예뻐지는 동시>/정지용 외/깊은책속옹달샘, <소리가 들리는 동시집>/이상교/토토북/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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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필 한다스
사계절에서 나온 7,8세가 읽는 책 <사계절 웃는 코끼리>시리즈 입니다.



네 권의 책 중<학교가는 길을 개척할거야>가 무척 우습네요. 시치미를 딱 떼고 아이들의 마음속으로 위장잠입한 작가의 능청이 돋보입니다. 

어른들은 학교가는 길이 딱 하나라고 했지만 민구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길을 돌고 돌면 팔을 높이 들고 똑바로 걸으라는 신호등 녹색아줌마의 잔소리도 듣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길을 개척하니 좋은 일이 생겼다고 민구는 좋아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지각입니다. 이제 민구는 엄마와 선생님의 꾸중에 길을 개척하길 그만둬야 하는 걸까요? 

학교 가는 길을 개척할 거야/박효미/사계절/2010.2 


아주 기발한 해법들이 등장합니다. 길에서 만난 친구 은결이는 
"알았어. 너는 새 길을 개척해. 나는 헌 길로 갈게."라고 소리칩니다. 또 낯선 길을 만난 민구는 조금도 겁을 먹지 않았습니다.
'길을 개척하려면 낯선 길로 가는게 당연하니까요.'
지각한다, 무서운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 민구의 개척을 막는 엄마에게 친구 은결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럼 우리 내일부터 학교갔다 오는 길에 새 길 개척하자. 나랑 하면 운이 더 좋을걸. 녹색 아줌마도 안 만나고, 어쩌면 고등학생 언니들도 안 만날지 몰라."

만날 바쁘다면서 민구 가방 뒤질 시간은 있는 어른(엄마)들은 한 가지 방법밖에는 알지 못합니다. 한 가지 걱정 밖에는 못합니다. 어른들의 세계와 구분되는 지점을 찾으면서 자신감과 자아 존중감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민구의 빈대떡(두 갈래길을 만났을 때 침이 튀는 쪽으로 선택하는 것)이 절대로 틀리는 법이 없는 것처럼, 가장 빠른 길로 곧장 학교에 가지않는 다고 해서, 좀 돌아간다고 해서 틀린거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요? 기발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철학적입니다. 잘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를 온전히 존중하게끔 하는 동화책이자 어른이 읽을 교육서입니다. 

<보물상자>와 <달을 마셨어요>는 두 형제의 일상을 요모조모 경쾌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여름이와 가을이>는 자주 투닥거릴 남매의 재미있는 관계놀이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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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필 한다스
아이들을 위한 음악 그림책 두 권 소개할께요.

나와 발레 학교/안드레아 호이어/미래i아이/2010.2

<나와 발레학교>는 상당한 내공이 돋보입니다. 무척 편안하면서도 다채로운 이 발레 이야기는, 아프신 엄마를 대신해 여동생을 발레 학교에 데려다 주는 오빠 파울이 겪는 문화적 충격이 잘 스며들었습니다. 

동생 마틸데의 연습곡 '꽃의 왈츠'에도 귀를 틀어막을 만큼 '그쪽'에는 영 무관심했던 파울도 동생에게 만큼은 다정한 오빠였죠. 탈의실에서 동생의 머리를 쩔쩔매며 묶어주고, '바'라고 부르는 가로막대나 프랑스어로 된 발레 동작들을 신기하게 관찰하면서 독자의 첫 경험을 대신합니다. 여자들이나 하는 무용이라고 생각했던 발레 교실에서 사내아이를 만나기도 하고, 공연으로 이어지는 연습과정이나 리허설에 뜻하지 않은 체험기회까지 찾아 옵니다. 



아빠가 들려주는 '축구 발레' 공연담이나 리허설의 전과정은, 이 책이 얼마나 탄탄하게 짜여졌는지, 어떤식으로 이야기에 활기와 신선함을 불어넣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발레는 기쁨, 걱정, 분노, 사랑과 같은 감정들을 무언극을 하는 것처럼 모두 몸으로만 표현해요. 예를 들어 까치발을 하고 종종 걷는 것은 두려움이나 불안을 나타내고,(중략)

오케스트라가 차이콥스키 전투 음악을 연주하자, 생쥐들과 병정들 사이에 작은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했어요.

이 책이 오케스트라 단원과 함께하는 <호두까기 인형>의 발레극이라는 점이 발레수업보다 부각되고 있는 건 지난 발레 책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지점이예요. 경쾌한 그림으로 공연의 웅장함이나 사소한 디테일들을 아쉬움 없이 감상할 수 있습니다.




빨강머리 음악가 비발디/재니스 시펠먼/소년한길/2010.1

<빨강머리 음악가 비발디>는 전기 그림책 입니다. 신부이자 음악가로, <사계>로 잘 알려진 비발디의 생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몇몇 사실을 바탕으로 꾸며졌습니다. 

전기는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이나 재능을 발휘하는 대목에 가장 촛점을 맞추게 됩니다. 



"너는 태어나자마자 죽을 뻔했어. 가까스로 살아났지. 그래서 엄마는 너를 꼭 성직자로 키우겠다고 하느님께 맹세했단다." 라고 토로하는 엄마에게 꼬마 비발디는 맹랑하게 말합니다. 
"하느님은 성직자가 아니라 바이올린 연주자가 될 운명을 제게 주셨어요." 

비발디가 실제 그렇게 말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엄마의 바램과 충돌했으리란 사실이 잘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또 하나 극적인 요소는 신부가 된 비발디가 성당에서 미사를 올리던 중 일어난 일입니다. 

머릿속으로 음악이 밀려들었어요. 그러자 사람들에게 하려던 말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가슴이 갑갑해져 숨도 쉬기 어려웠고요. 그 음악을 잊어버리기 전에 음표로 옮기려고 나는 성당에서 뛰쳐나오고 말았어요.

누구나에게 있을 재능에는 이런 참을 수 없는 열망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실제 이와 비슷한 소문이 돌았고 결국 비발디는 음악가가 되었으니 이 역시 기억될만한 장면이죠.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시대적 환경을 아름다운 풍경화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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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필 한다스


아이들을 위한 현대적 우화물. <황금사과>. '욕심'에 관한 이야기가 되리라는 것, 예상된다.

이 책이 기대보다 많은 의미를 담는 법은 '상징'이다. '욕심'(황금)은 경계심(선, 금)을 불러오고 '단절'(벽)을 향해간다.
단절은 '오해'(이유없는 비방)을 낳고 오해는 눈덩이(괴물)처럼 부푼다. 남은 과제는 단 하나. 오해를 풀고 벽을 부수는 일.



그걸 수행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은 호기심 많고, 고정관념이 없는 '아이'(혹은 아이의 성정을 가진)뿐이다. 아이라면 가져야할-어른들의 기대치는 역시 이런 천진함이다. 우화의 기쁨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단면을 거칠게 잘라낸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우화는 큰 세상의 가장 작은 완성품일지도 모른다. 

욕심과 단절, 오해의 과정이 적나라하긴 하지만 충분히 되돌릴 수 있는 지점도 찾게 되리라는 기대도 해본다. 오해가 불러온 환상이 얼마나 쓸데 없는 것인지 우화가 일러줄 수 있다면, 하고 바란다. 

혹시 어른들이 금긋고 사는 저쪽의 사람들이 정말 '심술궂고 못된, 아주 나쁜 사람들'이라 해도 '엄마가 말한 끔찍한 괴물'이라 해도 아이들이라면 닫힌 문을 밀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까지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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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필 한다스


<미실>을 쓴 김별아씨의 동화책입니다. 부드럽고 강한 그림입니다.

아이에게 엄마는 둘도 없는 선생님이지만, 아이가 엄마의 선생님이기도 하다는 사실, 키워보신 분은 아시죠? 
아이가 엄마에게 가르치는 것은 참 많습니다. 인내, 망각, 구속력, 책임감, 교육열(약간은 농담입니다)-엄마 속에 숨어있던 모든 극한을 바닥부터 끌어올리게끔 만들죠. 다행히 <네가 아니었다면♥>은 상당히 긍정적인 방향을 향합니다. 

한밤중에 깨어나 젖을 먹이고 
칭얼거리는 너를 업고 집 안을 맴돌았지.
네가 아니었다면 엄마는 몰랐을 거야.
혼자 먹고 혼자 잠들 수 없는 너를 위해
엄마는 까만 밤을 하얗게 밝혀야 한다는 것을.

아이야, 네가 엄마의 선생님이야.

(전 속으로 이랬죠. 아이야, 왜 이렇게 힘들게 하니)



마지막 구절은 반복됩니다. 반복의 심심함을 넘어서 다분히 소설적 감흥이 생기는 건, 간난아기였던(엄마등에 업혀 있었던) 아이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키가 큰다는 거죠. 다이내믹 합니다. 아이가 숨쉬는 소리가 조금씩 커지는 듯한 점증적 효과가 기대되는 책입니다. 아이나 엄마가, 다가올 상황들을 예측해보고 혹은 지나간 시간을 추렴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엄마'라고 불렀던 날, 투정이 늘어가는 아이, 달리기 시합에서 2등 도장을 찍어온 아이, 친구와 다투고 고개를 숙여야 하는 엄마. 세상에 처음 태어난 아이만큼 처음 엄마행세를 하는 이에게도 모든 것들은 낯섭니다. 26개월 아이에게 엄마경력은 26개월 뿐이죠. 당황하고 아이를 나무라기도 합니다. 좀 살아 봤다고 윽박지르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되뇔 수 있는 말입니다. 

'아이야, 네가 엄마의 선생님이야'

광고에나 등장할만한 사소한 역발상이지만 아이와 엄마를 동등한 위치에 두었을 때 가능한 말입니다. '엄마를 위한 그림책'으로 보아도 무방할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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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필 한다스


1963년 칸 영화제 단평영화부문 황금종려상의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영화'같은 그림책 한 권입니다. 아이들 동화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기대치 않았던 격렬한 내면의 흐름이 묵직한 내용을 뒤흔듭니다. 명작이 아니라면, 정확한 메세지를 담은 동화책들이 흘러갈 방향은 첫 장을 펴는 순간 읽혀지게 마련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시시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여러번 반복해서 읽어주는 엄마에게 그닥 신나는 일은 아닙니다.
 
노파와 재봉틀, 오후의 산책, 버려진 화분, 강낭콩, 비둘기. 신선하고 산뜻한 재료는 이 책에 없습니다. 노파도 노파의 차림도 화분도 노파의 어둑한 집도 모두 낡은 것입니다. 그래서 아주 작고 보잘것 없는 식사용 강낭콩 새싹이 포크와 뜨개질 실로 싹을 틔웠을 땐 세상 그 무엇보다 '새것'이었습니다. 노파가 종일 만들어내는 우아한 아가씨들의 눈부신 핸드백 만큼이나요. 



결국 노파의 마음만큼은 그 무엇보다 낡지 않았음을 증명하는게 이 동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겨우 강낭콩 하나 싹틔웠다고 이야기는 끝나지 않습니다. 이 미싱장이 노파가 강낭콩 줄기를 어떻게, 침묵하며 지켜내는지를 보는 일은 저를 숨죽이게 했습니다. 긴박함마저 감도는 이 조용한 행위들은, 새생명으로 인간이 얼마나 들끓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엄숙한 과정이었습니다. 노파와 새싹은 분명한 대비를 이루지만 명분있는 공통점을 향해 나갑니다. 생명을 어루만지는 손길과 생명은 하나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조용한 책의 문장은 이상하게도 생기가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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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필 한다스
아기놀이책을 들였을 때 정성껏 만들어진 느낌이나 전통적 말놀이 재미에 다섯수레를 도장찍어 놨었죠. 아이도 매우 좋아했구요. 

그 다음 만나게 된 책은 '그레이트 어드벤쳐'란 기획 시리즈로, 모험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야기들을 아이들 눈높이로 재구성한 이른바 고전 동화입니다. 제목만 들어도 알만한 <돈키호테>와 <모비딕>. 이 밖에도 걸리버, 로빈슨 크루소, 킹콩이 연달아 나왔더군요.





우선 아이들이 고전을 만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된 그림책이었습니다. 사실적이고 힘있는 그림 만큼은 흠 잡을데가 없었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도 흡족했구요. 게다가 '모험'이란 기획 자체가 읽히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곳 말고, 또 다른 나라의 시대적 경험을 쌓는 것이나 환상을 품고있는 험난한 여행의 묘미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리즈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엄마는 텍스트를 꼼꼼히 살필 수밖에요. 짧은 동화책 안에 담을 수 있는 한계란 분명한 것이었습니다. 대강의 줄거리를 전달하면서도 '돈키호테'란 인물의 독특함이나 철학까지 고스란히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죠. 마치 사건들만 이어놓은 듯한 전개는 아이의 눈에는 어떨지 몰라도 엄마에겐 조금 모자라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고전을 아이들에게 읽힐 때, 어떤 점들이 부각되야 할 지 덩달아 고민스럽더라구요.(저자가 충분히 고민했을 법한) 저는, 고전의 무게가 '돈키호테'를, '모비딕'을 알게 하는데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쪽입니다. 아주 단순한 이야기로 고전을 간소화하더라도 그 안에 실릴 돈키호테의 저돌적인 모험정신만 부각된다면 원작의 틀이 어땠건 간에, 충분히 새로운 작품으로 쓰여질 수 있는 거라고요. 하지만 그레이트 어드벤처의 <돈키호테>는 주요 에피소드들을 많이 포함하려는 욕심이 조금 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국 돈키호테의 독특한 매력이 부각되지는 않는 것 같았죠.





앞 장과 다음 장이 걸쇠가 빠진 문자락처럼 덜컹거리기도 했습니다. <모비딕>은 그나마 '흰고래'라는 뚜렷한 목표물 아래 자리잡은 모험이라 큰 무리없이 이야기가 흘러갔습니다. 음영이 짙은 유화 그림도 바다의 거대한 풍랑이나 육중한 고래를 강조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구요. 하지만 여전히 줄거리만 전달한다는 기분은 지울수가 없더군요.

어쩌면 아이들은 그림으로 더 많은걸 상상하면서 이야기의 간극을 스스로 메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고전 조금 맛본 아이들이 아주 나중에 원문과 맞닥뜨릴 기회가 생기면 어떤 기억을 불러오게 될까를 상상해 봅니다. 

친숙함을 갖게 되리라는게 고전 동화의 가장 큰 이유겠지만, 익숙함으로 가장된 고전읽기에 시들해지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독서 교육에 대한 욕구가 높아짐에 따라 대상 연령이 하향화되는 추세라 '고전'이 이런 아이템 시장에서 빠질수도 없게 되었구요. 선택은 엄마, 그리고 아이에게 달려있습니다. 출판 시장이 공급한 책에 '선택'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지만, 제게 고전이나 명작을 압축해 다룬 동화책들은 특히나 고민거리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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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필 한다스
간혹 엄마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책을 만납니다. 멈칫 하고 아이를 돌아보게 하죠.


단비는 시장에 갈 때 엄마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엄마가 아기를 안고 있었기 때문에
잡을 수 없었습니다.

단비는 엄마의 치맛자락을
조금만 붙잡고 걸었습니다.




그림책은 늘 아이의 눈높이를 기억합니다. 아이의 책이야말로 엄마의 최고의 육아서이기도 합니다.
엄마는 조금 바빴기 때문에 무거운 우유도 '겨우겨우 조금만 따를 수 있었다'는 단비를 보면서
안쓰러움이 먼저, 그 다음은 '엄마 없이 조금씩 해보면서 크고 있을' 당연한 아이의 모습에 괜히 뜨거워집니다.

 


키우면서도 키우는걸 잊습니다. 사랑하면서도 잠깐씩 사랑을 까먹곤 합니다. 아주 조금만 성공한 단비의 단추끼우기는 
엄아의 사랑을 새삼 불러들입니다. 요즘 부쩍 엄마의 시간을 사수하기 위해 아이에게 '혼자 해보라'는 주문이 잦아졌습니다. 
한번은 잠꼬대를 이렇게 하더군요. "아니, 아니, 엄마가 해조." 마음은 조금 쓰렸지만 피차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는 엄마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잠꼬대가, 이 책이 가르쳐 줍니다.

이 시기의 아이에게는 무엇보다 공감 지수가 높습니다. 공감만으로도 아픈 곳이 어루만져지는 엄마의 경험은 아이에게는 특효약쯤 됩니다. 엄마와 자신의 상황을 대입하면서 객관화 하는 과정도 한몫을 할테구요. 

바쁜 엄마를 위해 '조금만' 혼자 해보던 단비도 쏟아지는 졸음에 아주 조심스런 요구를 합니다.
 
"엄마, 조금만 안아 주세요."



단비의 엄마도 저처럼 깜짝 놀랐을 테지요. "엄마, 한 번만 안아 주세요." 하는 서영이는 이미 열 번 쯤 안아달라는 말을 참았을 테니까요. 으스러지게 안아주는 걸로 보상하지만 여전히 내 할 일과 아이 옆에 있어주고 싶은 마음과 싸웁니다. 

'아기에게 조금만 기다리게 했답니다'란 맺음말로 엄마에게 맘껏 안긴 단비의 모습이 찡합니다. 언제든 엄마를 독차지 할 순 없을지라도 '안아주고 싶은 마음과 안기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줍니다. 사랑의 거리는 조금 멀어져야 애틋한 법인가 봅니다. 이런 그림책 한 권이야말로 엄마와 아이의 든든한 응원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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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필 한다스